전국 가톨릭 고등학생 대회, 여는 마당 말씀의 전례 강론

 

주제: "너는 복이 될 것이다"(창세 12, 2)

전국가톨릭고등학교 2008년도 학생대회

▶인사말씀


친애하는 가톨릭학교 고등학생 여러분! 그리고 함께 하고 계신 교직원, 신부님들, 수녀님들,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제 20회 전국 가톨릭 고등학교 학생대회를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국 곳곳에 위치하여 그곳에서 복음을 증거하며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며 실천하려 노력하는 우리 가톨릭 학교들은 이 시대의 복음 사명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학생대회의 유래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임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특별히 청소년들을 사랑하시고, 교회의 미래는 바로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고 하시며 1985년에 “세계 젊은이의 날”을 제정하시고,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는 동시에, 또한 젊은이들도 교회와 사회 안에서 주도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어 주길 바라는 뜻에서 매년마다 “세계 청년대회”를 개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당시 대구대교구장이시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이셨던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당시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를 통해 이 청년대회를 개최하도록 결정하시고, 그 첫 대회가 1989년 6월 16-17일 대구대교구 주최로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개최된 이래, 매년 개최되어 금년에 제 20회를 맞이하는 뜻 깊은 모임이 되고 있습니다. 이 학생대회는 전국의 가톨릭학교들이 돌아가면서 이 대회의 주관학교들이 되어 그 시대에 맞는 주제를 공모하여 가톨릭학생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소명의식을 고취시켜 왔습니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

금년 대회는 서울의 동성고등학교가 주관하는 것으로서 그 주제는 창세기 12장 2절의 말씀 : “너는 복이 될 것이다.”(창세 12, 2)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문맥을 잠시 설명하자면, 하느님께서는 바빌로니아 지역의 우르(UR)라는 곳에서 달을 숭배하는 신앙을 가졌던 아브람을 택하여, 그 우상숭배를 버리고, 온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구원으로 이끄시는 참되고 유일하신 하느님을 섬기라는 뜻으로 그 지역을 떠나 하느님이 일러주시는 땅으로 가라는 명을 했을 때, 아브람은 하느님께 믿음으로 순종하여 미지의 세례로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아브람을 기특하게 여기고,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 즉, “만민의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축복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의 말을 듣고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면서 길을 떠났다. 네가 이렇게 순종했으니,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겠다. 이 세상 사람들은 너를 통하여 축복을 받게 될 것이며,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의 별들을 보아라. 이렇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네 후손은 번성할 것이다. 그리고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네 후손은 많아질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순종하여 그러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오늘날 수많은 민족들의 조상이 되는데, 그 중에서도 유대인과 아랍인들의 조상입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이어지는 유일신 신앙을 가진 종교들, 즉,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갖고 있는 유일신 신앙의 공통 원조입니다. 유대교에서는 하느님을 ‘야훼’라 하고, 그리스도교에서는 ‘아버지’라 하고, 이슬람교에서는 ‘알라’라고 부릅니다만,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가톨릭 신자만 하더라도 11억이나 되며,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면 20억 정도의 신도를 헤아립니다. 그리고 이슬람교인도 대략 11억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전체 인구를 65억으로 볼 때 아브라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유일신 신앙의 종교인들이 이 지구상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시간을 두고 이루어집니다.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하늘의 별 수 만큼, 그리고 바닷가의 모래알 수만큼, 네 후손은 번성할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이 죽은 지 대략 4000년이 흐른 지금, 기적처럼 이루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순종하여 얻은 열매가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시간을 두고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아브라함은 자기 당대에 하느님의 축복의 열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바로 믿음의 눈으로 보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거짓없이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꼭 그 약속을 이루어주신다는 믿음입니다. 아브라함은 죽었지만 오늘날 그가 믿었던 하느님의 약속을 지금 우리는 보고 있지 않습니까?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하느님의 약속은 시간을 두고 그리고 때가 무르익을 때 이루어주신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여러분도 인내와 용기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하나의 씨앗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것이 시간을 두고 성장하도록 인내로이 기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믿음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브라함, 야곱, 모세, 다윗 그리고 성모 마리아님, 성서의 이러한 위대한 인물들은 바로 시련 속에서도 인내와 용기를 갖고 하느님께서 약속을 이루어주실 때를 기다린 사람들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바로 그분들처럼,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천사의 가게

그런데 하느님의 약속은 그것을 믿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학생이 있습니다. 우리 동성중학교에 다닐 때 열심히 전례부 활동을 하고 졸업하여 금년에 다른 고등학교에 간 지금 고1이 된 나승현 군이 저의 홈페이지에 가끔씩 좋은 글을 올려주는데, 우리의 주제와 연관되는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천사의 가게”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이 꿈에서 천사의 가게가 있는 시장에 갔습니다. 새로 문을 연 듯한 가게로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은 다름 아닌 하얀 날개를 단 천사였습니다. 여인이 이 가게엔 무엇을 파는지 묻자 천사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무엇이든 팝니다." 그러자 그 대답에 너무 놀란 여인은 생각 끝에 인간이 원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사기로 결심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와 사랑, 지혜와 행복, 그리고 두려움과 슬픔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그 말을 들은 천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부인 죄송합니다. 가게를 잘못 찾으신 것 같군요. 이 가게엔 열매는 팔지 않습니다. 단지 씨앗만을 팔 뿐이죠." 숯과 다이아몬드는 그 원소가 똑같은 탄소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그 똑같은 원소에서 하나는 아름다움의 최고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되고, 하나는 보잘 것 없는 검은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스물 네 시간 이라는 원소, 그 원소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그것을 다이아몬드로 만드느냐, 숯으로 만드느냐는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삶은 다이아몬드라는 아름다움을 통째로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가꾸는 사람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숯이 될 수도 있는 씨앗을 선물할 뿐입니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우리 학생대회의 주제는 “너는 복이 될 것이다”(I will bless you.)입니다. 복이라는 것은 하나의 좋은 열매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복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그 행복의 열매가 나에게서 맺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맺는 것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매일 매일 주어지는 스물 네 시간, 삶의 조건들 속에서 알차게 행복의 열매를 맺느냐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성실한 삶을 통한 자기 관리와 노력에 의해 주어집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그 가능성을 주셨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다른 이에게 행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오늘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학생대회가 함께 만나는 친구들, 그리고 함께 하고 계신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들을 통해 서로 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더 좋은 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5월 24일,

제 20회 전국가톨릭고등학교 학생대회 본부장,  동성고등학교 교장, 김웅태 신부